바둑에는 ‘사석작전(死石作戰)’이라는 전략이 있다. 일부러 몇 개의 돌을 상대에게 내어주면서, 그보다 더 큰 것을 챙기는 방식이다. 고수들은 살릴 수 없는 돌에 미련을 두지 않는다. 그 돌을 살리려고 수를 낭비하는 순간, 다른 곳에서 더 큰 손해가 생기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자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이미 죽어가는 돌을 끝까지 붙들고 있는 것. 손해를 인정하기 싫어서, 언젠가 오르겠지 하는 기대로, 혹은 그냥 팔기 싫어서 — 그 집착이 결국 더 큰 기회비용을 만든다.
살릴 수 없는 돌은 있다
바둑을 처음 배우는 사람들이 겪는 가장 힘든 순간 중 하나는, 자기 돌이 죽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아직 두 집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상대방이 실수하면 살 수도 있지 않을까” — 그 기대로 계속 수를 쏟아붓다가, 다른 곳에서 더 큰 돌마저 잃게 된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2026년 현재 지방 비핵심 지역 아파트 시장은 매매 거래 자체가 멈춘 곳이 늘고 있다. 인구가 계속 줄고, 일자리가 없고, 신축 공급마저 멈춘 지역에서는 아무리 기다려도 수요가 돌아오기 어렵다. 그 물건을 계속 붙들고 있는 것은 죽은 돌을 살리려고 수를 낭비하는 것과 같다.
물론 섣불리 팔라는 말이 아니다. 중요한 건 ‘이 돌이 정말 살 수 있는 돌인가, 아니면 이미 죽은 돌인가’를 냉정하게 판단하는 능력이다.
손절이 어려운 이유 — 심리의 함정
바둑에서 죽은 돌에 집착하는 건 감정의 문제다. 내가 공들여 배치한 돌이고, 포기하면 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드니까. 그런데 냉정히 보면, 그 돌에 수를 쏟을수록 다른 큰 집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도 심리의 함정이 작용한다. 내가 산 가격 아래로는 절대 팔기 싫다는 ‘손실 회피 편향’, 언젠가 오를 거라는 근거 없는 낙관, 그리고 가장 강력한 함정인 ‘이미 투자한 것이 아까워서’ — 이른바 매몰 비용의 오류다. 이미 쓴 돈은 사라진 돈이다. 그 돈이 아까워서 계속 나쁜 자산을 들고 있는 건, 죽은 돌을 살리겠다고 좋은 자리를 포기하는 것과 똑같다.
사석을 버릴 줄 아는 사람이 판을 가져간다
바둑에서 사석작전이 통하는 이유는, 버리는 것과 얻는 것의 크기를 냉정하게 계산하기 때문이다. 돌 몇 개를 주고 한쪽 귀 전체를 가져오거나, 중앙의 대마를 살리거나 — 버림으로써 더 큰 것을 얻는다.
부동산 포트폴리오도 같은 시각으로 볼 수 있다. 회복 가능성이 낮은 물건을 정리하고, 그 자금으로 더 입지가 좋은 자산으로 이동하는 것. 지금 시장처럼 초양극화가 심화되는 국면에서는, 자산의 질적 이동이 수익률의 핵심 변수가 된다. 나쁜 자산을 붙들고 있는 기회비용은, 좋은 자산을 살 수 있었던 시간과 자금을 함께 잃는 것이다.
손절은 실패가 아니다. 잘못된 자리에 놓인 돌을 인정하고, 다음 수를 더 좋은 곳에 두는 것이다.
버리는 기준을 세워두는 것이 먼저다
다만 중요한 건 원칙이다. 바둑에서 함부로 돌을 버리면 안 되듯이, 부동산도 감정적으로 “에이, 팔아버리자”가 되어선 안 된다. 버리기 전에 먼저 질문해야 할 것들이 있다.
이 지역의 인구와 일자리 방향은 어느 쪽인가. 향후 3~5년 안에 이 물건의 수요를 회복시킬 호재가 실질적으로 존재하는가. 이 물건을 계속 보유하는 비용(대출 이자, 보유세, 관리비)이 기대 수익을 초과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 자금으로 더 나은 자산을 살 수 있는 타이밍인가.
이 네 가지에 대한 답이 모두 부정적이라면, 그 돌은 이미 죽은 돌에 가깝다. 미련을 버리는 것이 다음 한 수를 위한 가장 용기 있는 선택이다.
마치며 — 집착은 전략이 아니다
바둑에서 판을 잘 읽는 사람과 못 읽는 사람의 차이는 버리는 타이밍에서 갈린다. 고수는 죽은 돌에 미련을 두지 않기 때문에, 살아있는 돌에 더 집중할 수 있다. 부동산 투자도 결국 같다. 좋은 자산에 집중하려면, 나쁜 자산에 대한 집착을 먼저 내려놓아야 한다.
사석을 버릴 줄 아는 사람이 결국 판을 가져간다.
본 글은 2026년 5월 기준 공개된 시장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된 정보성 콘텐츠입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개인의 재무 상황과 전문가 상담을 통해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